길고양이한테 물렸다.. (일주일+하루)
2월 13일 목
새끼 길고양이에게 물린 날이다.
물리게 된 계기는 어떻게든 살려볼려고 당을 먹이는데 이녀석이 발버둥 치다가 내 오른쪽 검지손가락을 물었다. 그것도 엄청 쎄게! 깊이!
새끼 길고양이에게 당을 먹이게 된 계기는 이러하다.
도서관에서 공부와 작업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짝궁이 마중 나왔다.
같이 집으로 돌아가는데 집 문 앞에 쿠팡 박스와 다른 택배가 쌓여있는데 그 위에 새끼 고양이 한마리가 웅크리고 있다고 했다. 짝궁이 새끼 고양이한테 "너, 여기서 뭐해."라고 말을하니 힘없이 "냐아."하면서 콧구멍에서 콧물이 방울방울 맺혔다고 했다. 느낌이 싸했다. 아픈 고양이일 거라는 느낌이 99%였다.
집 앞에 도착해서 보니 새끼 길고양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어떻게 해야하나 싶어서 살짝 만져보니 대답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우선 택배는 안에 들여다 두어야해서 택배를 안에 들여다 놓고 쿠팡 박스에 새끼 고양이를 살포시 올려놓는데 이때 길고양이를 들어올리면서 너무 가볍고 뼈만 만져지는 것에 식겁했다.
이대로 두면 금방 죽을 거 같은 모습에 고민이 들었다. 고양이는 키워본 적이 없었고 집 안에는 이미 반려견이 있는 상황이라 고민하다가 아는 분에게 연락하여 조언을 들었다. 집 안에 있는 박스 안에 안 입는 옷을 바닥에 깔아놓고 새끼 고양이를 넣은 뒤 두고 집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막상 집으로 들어가려고 했더니만 너무 신경쓰였다.
결국 짝궁과 함께 반려견이 다니는 집 근처 동물 병원으로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갔다.
수의사 선생님이 처음에 장염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왜냐하면 아래쪽에 대변과 소변이 그대로 나와서 털에 범벅이 된 상태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장염 검사를 먼저 했는데 다행히 장염은 아니었다. 그러면 저혈당과 탈진일 수도 있으니 당을 투여하기로 했다.
주사 바늘로 직접 당을 투여하는데 신기하게도 애가 아주 조금 기력을 찾았다. 그래서 이대로 잘만 케어하면 살 수 있겠다 싶어서 집에 데려가서 따뜻한 물로 씻기고 드라이기로 말린 다음 병원에서 준 츄르를 먹이는데 애가 먹지 않으려고 그랬다. 마치 살 의욕이 없어보였다. 그래서 다시 당을 먹이고 계속 지켜보면서 수시로 상태를 보가며 당을 먹이는데 이녀석이 거부 하는 건지 내 손가락을 콱 물었다.
너무 아팠지만 이대로 확 빼면 상처가 더 심해질 거 같아서 천천히 입을 벌려 손가락을 빼내었다. 바로 흐르는 물에 씻고 지혈을 한 다음 소독약을 바른 다음 후시딘을 발랐다. 집에 반창고가 없어서 메디폼을 붙이고 붕대로 감싸고 잤다. 이때 시간이 오후 11시~ 12시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2월 14일 금
다음 다음날 집 근처 정형외과로 향했다. 검지 손가락은 이미 붉게 부어 올라있었고 열감과 욱신 거림이 심했다.
의사선생님이 손가락에 마취를 한 다음 드레싱을 해주었다. 그리고 설명을 해주는데 손가락 깊이 물렸는데 하필 마디, 그러니까 관절 근처라서 힘줄이나 신경에 손상이 갔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상처가 너무 얇고 깊어서 가능한 곳까지 소독을 했지만 이게 염증이 타고 올라가면 큰일 이라서 그때에는 입원치료를 해야한다고 했다.
이날 처음으로 손가락 마치 주사를 맞으면서 엄청난 고통에 경악 했는데 무서운 말까지 들으니 너무 걱정됐다. 그래도 드레싱 했으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엉덩이에 항생제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 받은 다음 집으로 돌아갔다.
2월 15일 토
다시 집 근처 정형외과로 가서 상처를 보는데 선생님 표정이 좋지 않아보였다. 큰 병원에 가보는게 좋겠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진단서? 소견서?를 받고 엉덩이에 항생제 주사 한번 더 맞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해서 겁이 너무 나서 고양이한테 손가락 물린 사례를 찾아보는데 금방 치료된 사례도 있었고 심각한 사례도 있었다. 염증이 뼈까지 전염되어 골수염으로 고생한 사례를 보았는데 너무 무서워서 큰 병원 위주로 전화해서 물어봤는데 진료 시간이 끝나가는 시간이라 다 안된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불안한 마음으로 토, 일을 보내고 월요일날 큰 병원으로 가보기로 했다.
2월 17일 월
아주대로 가려고 했다가 아주대에 전화했을 때 진료보는 것이 다음달에나 가능하다고해서 결국 큰 병원은 아니지만 장비가 갖추어져 있고 입원, 수술이 가능한 정형외과로 향했다.
접수하고 엑스레이 찍고 기다린 뒤 진료를 받는데 강한 항생제 약을 이틀정도 먹어보고 경과를 보고 다시 병원에 방문하는 방법이 있고 그런데 그 사이에 혹시라도 염증이 심해질 수 있어서 가능하면 입원치료 받는게 좋다고 했다. 상술 같았지만 우선 계속 손가락이 붉게 부어오른 상태라서 입원치료 받기로 했다.
그렇게 바로 입원 수속을 밟고 이것저것 검사한다음 병실에서 항생제 링겔을 맞았다.
항생제 링겔은 뭐랄까.. 팔이 욱신꺼리고 뻐근하고 뭔가 팔에 느낌이 안 좋았다. 그래도 가렵거나 울렁거리거나 구토 증상은 없어서 그냥저냥 했다. 그렇게 월요일을 보냈다.
2월 18일 화
4인실 병실이었는데 이게 다른 환자들이랑 있다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좀 잠들만 하면 시끄럽고 그리고 밤에 자려고하면 코고는 소리에 잠들기 힘들었다. 그래서 이거 스트레스 때문에 오히려 병이 더 날 거 같아서 담당 의사선생님한테 가능하면 다음날 오전중에 퇴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의사선생님이 지금 피검사 결과 염증수치가 0.8로 평균보다 조금 높은 상태인데 다음날 피검사하고 손 염증 상태 보고 퇴원 여부를 결정하자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하루를 또 보냈다.
아, 하루에 항생제 링겔을 2번씩 맞았었다.
2월 19일 수
아침 일찍 피검사를 위해 피를 뽑은 뒤 항생제 링겔을 맞았다.
오전 10시 넘어서 피검사 결과 염증 수치는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그런데 손가락은 아직 염증으로 인해 부어 있었다. 갑자기 시큰 거리거나 뭔가에 찔린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이건 염증 때문이라고 했다.
여튼, 결론은 퇴원해도 되고 약 잘 먹으라는 거였다. 그리고 붕대는 풀어도 되고 대신 상처 부위에 생긴 딱지가 떨어지면 안되니까 물이 묻으면 바로 닦아내라고 했다. 뭔가 귀찮아 보였던 의사선생님.. 진료 봐줄 사람이 많아서 바쁜건 알겠지만 뭔가 퉁명스러운 모습에 조금 불안은 했다. 제대로 진료 봐주신게 맞나?라는 생각 말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손가락을 보는데 손 끝 마디가 제대로 안 펴졌다. 염증 때문에 부어올라서 잘 안 펴지는 거 같았다. 하지만 왠지 불안했다. 이대로 안 펴지고 장애로 남으면 어떡하나 라고 말이다. ㅠㅠ...
2월 20일 목
손가락은 여전히 동일하다. 붉었던 손가락이 멍든것처럼 아주아주 조금 색이 변한거 같기도하고.. 그리고 피가 상처난 부위로 쏠리면 손가락이 터질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다친 손가락은 사용 안하고 있다.
그런데 나 취업 준비생이라서.. 컴퓨터 관련 일인데.. 이거 언제까지 이래야하는지.. 걱정이다.
한 2~3주. 길게는 한달 정도 걸리는 사례도 있던데. 관절 근처에 물린 부위가 너무 깊게 물려서 그런지 염증이 가라 앉을 기미가 안 보인다. 그래도 오래 걸려도 괜찮으니 여기서 농이 차지 않고 잘 나았으면 좋겠다.
요약
1일차: 손가락에 열감, 욱신거림 심함, 많이 부어오름, 손가락을 구부릴 수가 없음. 손가락에 심장이 있는 것 마냥 두근두근 거리는 느낌이 듦.
2일차: 동네 정형외과에서 손가락 마취 주사 맞고 드레싱 소독함. 엉덩이에 항생제 주사 맞음. 약 3일차 처방 받음. 손가락 부목으로 보호해서 움직이지 못하도록 함. 손가락은 여전히 욱신 거리고 붉은 상태에 많이 부어있어서 손가락을 구부릴 수가 없음.
3일차: 동네 정형외과에서 손 소독하고(마취 주사x) 큰 병원에 가보라고 진단서 떼어줌. 엉덩이에 항생제 주사 맞음. 손가락은 어제와 동일하다.
4일차: 붕대로 감아 놓은 부위 말고 붉은 색이 점점 올라오는 거 같음. 열감은 사그러 들었는데 손가락은 여전히 욱신거리고 아픔.
5일차: 입원, 수술까지 가능한 정형외과에서 진료 받음.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입원 치료 하기로 결정함. 항생제 링겔로 2번 맞음.
6일차: 피검사 결과 염증 수치가 0.8임. 평균 0.3인데 평균보다 조금 높은 정도임. 열은 원래 내가 미열을 달고 살아서 그렇긴한데 계속 37도, 37.4도 왔다갔다 함. 항생제 링겔 2번 맞음.
7일차: 병실에 있으면 스트레스로 더 병날 거 같아서 퇴원하기로 함. 피검사 다시 해본 결과 염증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옴. 손가락은 붕대를 풀어보니 붓기가 많이 가라앉았는데 깊게 물린 부위. 관절 근처 부위는 여전히 염증 때문에 붓기가 안 빠짐.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음. 퇴원해도 좋다는 말을 들음. 대신 약 처방 받았음.
8일차: 심하게 물린 부위가 아직도 많이 부어있어서 펴지지가 않음. 이대로 안 펴지면 어떡하나 불안하기는 함. 무리하면 손가락이 다시 부어오름. 가급적 손가락은 사용 안하고 있음.
(앞으로 계속 이어서 쓸 예정)